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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이긴 여인 아라크네: 전통적 해석과 현대적 해석 (전지적 독자 시점 - 아라크네의 거미줄)

by 메모루 2023. 5. 19.

신을 이긴 인간 이야기로 유명한 그리스 신화들 중 하나인 아라크네 이야기. 오늘은 예전과는 다르게 현재 여러 가지 방면으로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로도 볼 수 있는 이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섬네일

1. 신을 이긴 여인 아라크네

아라크네 이야기는 그 이름은 희미할지언정 스토리 자체는 꽤 많이 알려진 유명한 신화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에게 대적하여 승리한 엄청난 여인의 이야기이기도 한 아라크네 이야기에 대해 먼저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리디아에 살던 염색의 장인 이드몬에게는 딸이 있었습니다. 이 딸은 베를 짜고 수를 놓는 기술이 대단히 뛰어난 여인이었는데 그 기술이 얼마나 좋았던지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아테네 여신(아테네는 베짜기의 신이기도 합니다.)보다도 뛰어난 재주를 가졌을 것이라며 그녀는 추켜올리곤 했습니다. 문제는 그녀 자신도 이런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있었고 이를 뽐내었다는 것. 자신이 아테네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며 으스대기에 이릅니다.

 

처음 아테네는 노파의 모습으로 변해 이런 그녀를 타일렀지만 그녀는 이 말을 듣지 않았고 더 나아가 정말 아테네에게 도전을 하기에 이릅니다. 화가 난 아테네가 이 도전을 받아들여 베를 짜는 시합을 벌였는데 아라크네는 자신이 짠 직물에 그리스의 신들이 벌이는 불합리한 행위들을 그려 넣어 아테네를 더욱 분노하게 하죠. 결국 시합이 끝나고 그녀가 짠 직물에서 실수를 찾아내려 하지만 아테네는 그녀의 결과물에서 어떤 실수도 발견하지 못했고 시합은 아라크네의 승리 혹은 무승부로 결론을 맺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테네는 그리스 신들에 대한 모욕을 참지 못하고 그녀가 만든 직물을 찢어버린 후 그녀를 베틀의 북으로 내리칩니다. 아라크네는 시합의 승패와 상관없는 아테네의 행위에 치욕을 느끼게 되어 목을 매지만 아테네가 이를 불쌍히 여겨 그녀를 거미로 만들고 영원히 거미줄을 만들며 살아가게 했다는 스토리가 바로 아라카네의 이야기입니다.

 

Arachne
René-Antoine Houasse - Minerve et Arachne

2. 아라크네 이야기에 대한 해석

전통적으로 아라크네의 이야기는 신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신에게 징벌을 받은 여인의 이야기로 설명되곤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절대적인 힘과 권력을 가진 신들이 인간들의 숭배와 신앙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도전하는 행위자체를 불온한 것이라고 그리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결국 신에게 도전한 인간들은 그 승패와 상관없이 절대적인 신의 힘에 의해 굴복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라크네 이야기뿐 아니라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던 이카루스도 자신의 미모를 자랑하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심기를 거스른 카시오페아도 결국은 모두 비슷한 처지가 되어 결국 오랜 벌을 받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 역시 이런 이유입니다. 

 

다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약간 다른 해석들이 더해지고 있는데, 전통적인 권위에 대항한 시민계층의 저항과 비유되기도 합니다. 역사 속에서 수 없이 반복되었던 하층민 혹은 상층민이 아닌 계층의 사회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운동, 그리고 그 운동의 결말들을 아라크네 이야기들을 통해 비유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Velázquez
Velázquez 의  The Spinners 또는 The Fable of Arachne

3. 아라크네는 정말 벌을 받을만했나?

신화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던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그 신화 아래 무엇이 있는지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 아라크네와 그녀의 거미줄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여지를 남깁니다. 그저 한 마을의 직공일 뿐이었을 아라크네가 그녀 자신의 실력만으로 최상위 계층도 아닌 신에게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 물론 그 최종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지만 어쨌든 실력만을 두고 본다면, 그녀가 승리했거나 최소 경쟁이 가능한 수준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 등은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물론 막강한 힘을 가진 신에게 대항하여 벌을 받기는 하였지만, 따지고 보면 이건 스스로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아테네의 옹졸함 때문이지, 아라크네의 잘못은 아닙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약간 불손함을 보였다고는 하나, 그것은 오로지 신과 인간이라는  계층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지 둘 다 같은 인간이었다면 그저 경쟁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상황. 때문에 아테네가 그려를 시합 후 내리친 것이라든지 그 결과 아라크네가 죽음을 각오한 것 등은 모두 아테네의 잘못일 뿐입니다. 현대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 이야기의 어디에서도 아라크네의 잘못은 없습니다. 오히려 불합리한 판단과 사고로 누군가를 해한 아테네의 잘못이 크다는 점도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볼만한 이야기가 바로 이 아라크네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4. 전지적 독자 시점의 아라크네의 거미줄

전지적 독자시점에서는 아라크네의 거미줄이 성흔의 하나로 등장합니다. 등장인물이 아닌 유상아가 올림포스의 여러 신들의 비호를 받게 되는데 이 올림포스 신들의 성흔 중 하나가 바로 아라크네의 거미줄, 주로 사람들을 가두거나 하는 무기의 일종으로 사용되는 장면들이 많이 연출됩니다. 올림포스 신들이 등장하는 그리스 신화의 아라크네가 아네테를 이길 만큼의 강력한 실력을 갖춘 여인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이 거미줄 역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 가능해지는데 작중 유상하는 이런 계열의 성흔들을 꽤 다양하게 연출 가능한 인물이라 초반에 매우 강력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아네테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설화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성좌가 되어 성흔을 발휘할 수 있는 급까지 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지간한 신들보다 유명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설화적 힘은 강력할 수 있을 듯합니다.

 

신화에 대한 현대적 의미를 생각해 보아도, 신보다 나은 인간의 전형적인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지만 강력한 설화를 가진 인물로 아라크네가 활용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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